세상사횡설수설2007/12/25 19:06
최근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자꾸 떠오르는 단어는 '문화지체'였다. 원래 문화지체는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화와 비교적 완만하게 변하는 비물질문화간에 변동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부조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꼭 물질문화와 비물질문화 사이에만 변동속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현실의 변화를 사회 구성원의 인식의 변화가 못 따라 가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것을 교묘히 잘 이용한 결과가 이번 대선의 결과인 듯 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 부패해도 좋다, 경제만 살려다오?:
    우리 경제는 이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가 박정희 시대에 그랬듯이, 개발도상국인 시절에야 정치지도자가 어느 정도 부패했더라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이번에도 그 시절 생각하면서 경제를 살려 달라면서부정부패 종합선물세트 후보를 당선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선진국 진입을 노리고 있는 야심만만한 나라다. 선진국 중에서 부패한 지도자가 이끌어서 선진국이 된 나라 있는가?

  • 재래시장을 살려다오?:
    재래시장 등 자영업자들이 살기 어렵다고 난리다. 이게 다 경제가 어려워져서? 아니다. 우리 경제가 점점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 변화해 가고 세계화의 추세가 그렇게 몰고 가는것이다. 갈수록 대형 수퍼, 대형 백화점은 호황이 되고 소규모 자영업은 어려워지는게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이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시대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 심지어 병원도 소규모 병원은 이제 살아남기 어려워서 연합해서 개원하지 않는가. 특히,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될수록 당신들의 몰락속도는 가속될 뿐이다.

  • 언론과 검찰은 대통령 편이다?:
    언론과 검찰은 강자에게 약하다. 예전에는 그 강자가 거의 항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항상 대통령 편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대선에서처럼 당선이 거의 확실한 대통령 후보가 있는 경우에는 그 강자가 그 후보가 되는 것이고 대통령보다 어떤 재벌이 더 실세라 생각되면 그 재벌에게 줄을 선다. 이번에 BBK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신정아 사건 때 치킨 먹은 것도 밝혀 내던 그 검찰의 솜씨가 아니지 않던가.

  • 언론이 정권에게 탄압받는다?:
    오히려 반대다. 김대중, 노무현은 언론에게 정권이 '탄압'받았다. 똑같은 위장전입이 내편이냐 네편이냐에 따라 어떻게 언론에 의해 요리되었는지를 보면 잘 알 것이고, 외신 원문과 조중동의 번역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면 알 것이고, 노무현의 연설 전문과 조중동문의 발췌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면 알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한다면서 정부의 기자실폐쇄에 반대하는 언론이 80%쯤 되었던 것 같은데, 이 80%라는 공개적인 반대 비율이 이미 충분한 정권에 대한 '언론의 자유'를 증거한다. 일부 언론의 힘은 이미 정권의 통제력 이 미치기에는 너무 세다. 지금의 문제는 언론과 일부 정치세력의 비공개적인 유착이지 언론과 정부 사이의 공개적 갈등이 아니다. 그리고, 또다른 문제는 시사저널 사태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를 기피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삼성 등의 금권에 대한 언론의 반자발적 복종이다.

  • 대통령의 선거 중립이 필요하다?:
    군 사독재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인데,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이며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정치인더러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에서 뒷짐 지고 있으라는 게 말이 되는가? 대통령이 다른 정부기구,공무원을 동원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밝히는 것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이제 곧 총선이다. 취임후, 이명박이 운하 파자고 한다. 운하파려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니 자기 당을 많이 지지해 달라고 한다. 그러면 선거법 위반이다.
    XXX당에서 운하는 미친짓이라고 한다. 그럴때 이명박이 XXX당의 운하 반대 논리는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게 선거법 위반이다. 웃기지 않냐?

자... 위에서 말한 사회현상과 구성원 인식 사이의 차이점 중에서는 앞으로도 지속될 내용도 있고, 한나라당의 과거 전력으로 보건대 새 정부 아래에서는 없어질 가능성이 큰 것도 많다. 즉, 이번 대선은 그 지체 현상을 없애기 위해 구성원의 인식을 새로이 진보된 사회시스템에 맞추어 바꾸기보다는 사회시스템을 뒤떨어진 구성원 인식에 맞춰 다시 과거로 돌리기로 한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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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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