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횡설수설2008/02/12 12:50

1. 숭례문 불날 수도 있지... 왠 호들갑?

이건 농담도 비꼬는 것도 아니다. 진심이다.
100% 완벽한 방재 시스템도 완벽한 소방 시스템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국보1호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그렇지,
그까짓(?!) 숭례문쯤 불타버려도 이렇게까지 나라가 무너진듯 슬퍼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정신이상자나 범죄자나 세상에 불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어쩌다가 한밤중에 숭례문에 불 좀 놓아 보았을 뿐이고,
소방관들이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초기 진압에 성공할 수도 없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서 이번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 뿐이다.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비꼬는 거 아니냐고?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다 불탈수도 있지...
소방관서와 문화재당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확률상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력해도 100% 대책이 안 되는 것은 세상사에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짜증 만빵 내면서 여기에 넋두리라도 적으려 하는가?

그건... 어쩌다 불탄 일이 단지 어쩌다 라기 보다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진 일일 수 있고,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추세는 그 개연성을 점점 높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 "우리들의 죽음"

정태춘의 노래 "우리들의 죽음"은 어느 영세민 부부가 일하러 나가면서
애들이 밖에 나가면 사고라도 날까봐 문을 밖에서 잠그고 나갔는데
집에 불이 나면서 애들이 방 안에서 질식해 숨진 사건을 노래했다.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만한 이 노래는
어떤 가정의 불행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무서울 정도로 잘 노래했다.

대한민국의 천만 가구 중에서 불이 날수도 있고 그 중 하나는 영세민일 수도 있다.
이게 그렇게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방 안에 갇혀서 불타 죽는 일이, 굳이 문 걸어 잠그고 나갈 필요가 없는 중산층 이상에서도 쉽게 일어날까?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저렴한 (또는 무료인) 탁아시설이 존재하는 데도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까?
그 사건 자체만 본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단순한 그 부부의 부주의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과 확률을 본다면 우연과 부주의의 차원을 넘어서
그 가능성을 낮출 사회 구조적인 진단과 대첵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숭례문 전소 사건에도 그런 생각을 적용해 본다.

우리들의 죽음 가사 보기..



3. 확률싸움

그렇다.
결국, 방재는 확률 싸움이다.
하지만, 확률 싸움임을 인정하는 것이 전적으로 운수소관에 맡기자는 자포자기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소중한 문화재에 재난이 발생할 확률을 낮출 것인가,
어떻게 하면 만일의 경우에 재난을 최소화시킬 확률을 높일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평소에 잘 대비해 두는 것이 바로 이 확률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4. 20:80의 법칙과 문화지체


20:80의 법칙의 여러 버젼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목표의 80%를 달성하는데에는 전체노력의 20%가 필요하고,
나머지 20%를 달성하는데에는 전체노력의 80%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제 경제성장과 형식적 민주주의로 80%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나는 보는데,
나머지 20% 중 한가지가 우리의 문화를 소중히 가꾸는 것이다.
하지만, 80%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던 시절의 의식구조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잉태되게 된다.
20%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은 초기의 80%를 달성할 때에 비해 무려 16배가 들어가는데,
그것을 과거의 잣대로 '비효율적'이라며 비하해 버리는 것이다.
그 문제들 고유의 특성상 그 해결책들은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어렵고,
이런 경우에는 그 문제 자체를 아예  '비효율적인 분야'라 낙인찍고 피해가려 하는, 손쉬운 해결책의 유혹에 종종 빠진다.
우리의 허술한 문화재 보호와 문화재 방재 시스템 역시 이런 함정을 피해가지 못했다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그 나머지 20%가 중요했음을 깨닫고 있다.
( 관련글: 2007/12/25 - 문화지체 해결을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 )


5. 내탓 네탓을 열심히 하자.

지금 이 사태가 노무현 탓이네, 이명박 탓이네, 오세훈 탓이네, 유홍준 탓이네 말이 많고,
어떤 분들은 이런 분위기를 일갈하면서 누구 탓만 하지 말고 대책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히자면 누구 탓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을 수 없고
특히나 여러 부서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에 있어서는
밝혀진 특정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방향을 정립하는 데 우선조건이 된다.
책임소재를 제쳐놓고 '생산적'인 논의만을 하자는 공자님 말씀은
결국 좋은 게 좋은 거니 대충 넘어가자라는 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요새 주어 없이 얘기하는 것이 이명박 덕에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무슨 경위로 이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라는 건
아니한 것과 다름 없는 분석일 뿐이다.


6. 남탓을 제대로 하자.

누구 탓만 하지 말고 대책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자는 분들의 본의는 사실은 책임소재를 아예 밝히지 말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렇게 찌껄인 딴나라파 애들도 모르는) "총체적 문제를 유발"했다는 노무현 정권의 탓이라거나
소중한 문화재를 개방해서 위험에 노출시킨 이명박 전 시장의 탓이라거나
이번 사건과 별 관련도 없이 외국에 '외유성' 출장갔다는 이유로 유홍준 문화재청장 탓이라는 식으로
두리뭉실한 구실을 붙여서 내 반대편 욕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일 뿐,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소재를 추궁해야 한다는 의도일 것이다.
백번 동감한다.

"총체적 문제"나 "외유성" 출장으로 노대통령과 유청장에게 덤터기 씌우려는 시도는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시비걸기 뿐이니 일단 접어 놓고...

문화재를 개방했다는 이유로 얻어맞기 시작한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다.
나는 숭례문을 개방한 그의 시도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소중하다고 해서 커다란 교차로 한 복판에 고립시켜 놓고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나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던 예전의 머나먼 숭례문보다는
가까이 가서 단청도 보고 현판도 자세히 보고 돌 쌓인 모양도 볼 수 있는
요즘의 공개된 숭례문이 훨씬 좋다.
문제는 문화재를 개방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에 따른 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했고 잘 못 했는지이다.


7. 따져 볼 게 한 두 가지냐?

이번 화재를 보고서 궁금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꼭 숭례문 때문만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관련해서 말이다. 얼핏 몇 가지만 생각해 봐도...
  1. 숭례문을 최초에 개방했을 때는 야간에도 경비인력이 상주하였는가?
    전국의 문화재들에 주간/야간 경비인력은 충분히 있는가?
    만일 없다면 그 인력과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무슨 이유로 최근에 야간 경비인력은 전무하고 외부에 경비를 아웃소싱하게 되었는가?
    그 형식적/실질적 최종결정권자는 누구였는가?
  2. 우리 나라 소방관들 중에서는 문화재 화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이 있는가?
    만일 있다면, 그 수가 얼마나 되며 그 지역별 분포는 어떻게 되나?
    그 인원이 충분치 않다면, 유사시 원격으로 그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3. 전통건축, 전통예술 전문가들과 소방관서들은 문화재 화재시 비상연락망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  인력풀의 수가 얼마나 되며 그 지역별 분포는 어떻게 되나?
    그 인원이 충분치 않다면, 유사시 원격으로 그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4. 각 문화재마다 시나리오별로 화재진압 대책이 수립되어 있는가?
    그 대책은 소방서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잘 보관되어 있는가?
    그 대책에 따른 모의훈련은 얼마만에 한 번씩 시행되는가?
    각 소방서는 관할 문화재의 설계도면을 가지고 있는가?
    소방서마다 문화재 관련 책임자가 지정되어 있는가?
  5. 광장 주변의 높은 턱 때문에 소방차가 숭례문 가까이 가지 못해 진화가 힘들었다는데
    왜 그런 턱이 그렇게 남아 있었는가?
    화재의 위험을 간과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가?
    소방 당국은 이 턱의 문제점을 사전인지했는가?
    사전인지했다면 그 해결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만일 그 해결과정이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그것이 소방 당국과 서울시청 혹은 구청 간의 의견 불일치 때문이었다면, 소방 당국에게 설계 수정을 제안할 권리를 주는게 좋은가? 만일 준다면, 그것을 '제안' 수준으로 할 것인가 '요구' 수준으로 할 것인가?
  6. 숭례문의 내부는 원형훼손의 위험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외곽에조차 소방전이나 소화기가 충분히 비치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불행한 것은 언론은 이런 문제들을 심층취재하려는 생각은 없고,
(적어도 불끄는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소방 당국을 '무능하다'며 무조건 결과론적으로만 까대고
노무현, 유홍준 등 평소 밉보인 사람들을 돌팔매나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숭례문과 몇 가지 대표적인 문화재 (예: 팔만대장경, 무량수전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저런 이슈들에 대해 심층적인 취재와 분석을 좀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대충 누구 욕하는 것은 세살 먹은 어린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명색이 언론사 기자들인데 어떻게 제대로 일하는 자가 한 사람도 안 보이는지...

사회가 자신의 문제점을 자가 진단하고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집단은 언론인들이다.
언론인들이 정치논리에만 파묻혀서 자기가 평소 보기 싫었던 사람들만 욕해 대면서
구체적, 실체적 취재를 등한시하는 사회에서는
사회의 자정 능력은 없고, 그게 나를 우울하게 한다.
정말 우리는 당해도 싼 나라 아닌가 싶어서...
앞으로도 또 당해도 싼 나라 아닌가 싶어서...


8. 문화재? 까짓거 묻어버려!
 
또 한 가지 나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이번 사건이 단지 우연한 일회성 사건이면 좋겠다는 내 희망과는 달리
오히려 그 개연성이 점점 높아만 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시 문화유적지의 가치를 폄하하던 그 사람,
문화재가 널려 있더라도 운하는 기어이 파겠다는 그 사람,
문화와 도덕과 자존심 등 무형의 가치에는 무감각한 그 사람이
바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고,
그 사람이 이끄는 정당이
바로 이 나라의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고,
이제 두 달쯤 있으면 이 나라의 의회권력도 독점할 것이고,
법조계, 언론, 학계, 재계, 의료계도 이들을 지지/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래, 문화재, 그 까짓거 다 땅속에 묻거나, 골재에 섞어서 팔거나, 물 속에 잠기게 해라.
그러면 더 이상 불탈 일도, 훼손된 일도 없겠지.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류'이고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그들에게 "제발 먹고 살게만 해 주세요"라고 구걸하고,
효율과 경제성, 까놓고 말해서 돈 많이 벌기가 모든 것의 척도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무슨 문화재 보호를 기대하고,
문화재 방재 시스템이 얼마나 더 개선되리라 기대하겠는가.
이번에 다행히도(?) 사람 눈에 잘 띄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으니
전시행정 좋아하는 '그 분'이 신경 좀 쓰셔서 복구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그냥 이번 한 번 땜빵 하고 지나가겠지.


9. 쓸모없는 인문학? 전문가의 부재.

7에서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방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그 중 하나는 유사시 소방당국에 제대로 된 조언을 해 줄만한 문화재 전문가를
어떻게 확보해서 적기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통예술과 인문학은 찬밥 신세인지 오래이고, 제대로 된 인력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돈 안 되는 이런 분야야 말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인력을 확보해야 할 터인데,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효율성'을 잣대로 삼는다니 참 걱정이다.
이번에는 현장이 서울 한복판이라서 문화재 전문가들이 신속히 연락되고 출동할 수 있었는데,
전국에 흩어진 문화재들은 어떤 식으로 대처가 가능할지 참 궁금하다.

우리 나라에 제대로 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점이긴 한데,
특히나 문화재에 정통한 소방 전문가는 과연 얼마나 존재할 것인지도 참 궁금하다.
우리 나라에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일까?


10. 소에게 외양간을 고치게 하라?

이명박 씨가 국민이 성금을 모금해서 숭례문을 재건하자 한다.
노동자는 자원봉사 하듯이 열심히 일하라고 한 사람 답다.
국가가 할 일은 모두 회피하고 공무원도 줄이겠다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모조리 우리에게 자원봉사해라, 성금내라 다그친다.
빨간여우님의 촌철살인 댓글 대로 외양간을 소더러 고치라 하는구나. 
앞으로는 숭례문,팔만대장경 등 문화재 경비 자원봉사자들 모집해서 경비시키는 게 낫겠다.

게다가 청계천, AIG, 경부운하 등에 이어서
기어이 자기 임기 중에 복구를 끝내겠다고 또 한 번 미친 불도저 기질을 드러내니 사람 미칠 노릇이다.


11. 힘이 곧 정의인 세상에는 시스템 개선은 불가능하다.

시스템의 개선은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 문제점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교란요인이 존재하면 그 시작부터 시스템 개선은 꼬이게 된다.
여러가지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해서 서울시청 (전/현직), 구청, 소방당국, 문화재청 등의 잘잘못과 책임소재를 규명해야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지금 대통령 당선자이니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언론들도 함구하고, 현직 서울 시장과 구청장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
그냥 "(뭐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제 잘못입니다"
"(뭘 어떻게 잘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만 외치며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이래서야 시스템 개선은 물건너 간 것이다.


12. 데쟈뷰? 전주곡?


요새 YS시절 IMF에 큰 책임이 있던 공룡경제부처와 그 당시의 경제각료들이 돌아오고,
그 때처럼 이런 저런 대형 사고들이 터지는 바람에,
"어어... 이거 예전에 많이 봤던 건데..." 하는 데쟈뷰 현상이 생기는데...

이게 데쟈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더 큰 사건사고들과 그 후속상황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생각도 안 해보고 꼼꼼히 대책도 안 세우고 경부 운하 파고 (숭례문 개방하고),
임기 중에 기어이 끝을 내고 준공식에서 북도 치고,
준공식이 끝나고 곧 임기 끝나고,
후임자는 같은 당 후배 정치인이 들어서고, (오세훈 시장 들어서고)
운하에 독극물 유출되거나 기름이 유출되거나 홍수가 나거나 엄청난 적자가 나고, (숭례문 불이 나고)
후임자는 그거 땜빵 하느라 피가 마르고,
후임자는 전임자가 문제의 근원인지 아닌지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끙끙 앓고,
전임자는 "자기 임기 중엔 아무 문제 없었는데 (후임자나 다른 기관 탓에 이런 일이...)"라는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언론들은 엉뚱하게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말단 관서들만 죽어라 두들겨 패거나
이게 모두 다 두리뭉실 우리 모두의 탓이요 라며 물타기 하고,
며칠 시끌시끌하다가 금방 잊고 시들해지고...

청계천 어항 복구, 현대건설 부도 등등 똑같은 전철을 밟아왔다.
이제 안 봐도 비디오 아니냐?


13. 우린 이번에 당해도 싸고, 앞으로도 당해도 싸다.

그래서 말이다. 우울하다.
그까짓 문 하나 불타서가 아니라
나아질 가능성이 안 보여서 우울하단 말이다.

우리 모두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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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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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 오랜만에 듣는 정태춘의 (마음 아픈) 노래네요.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 정치권을 보자니 (늘 그래왔듯이) 말싸움만 하다 사건의 본질을 놓칠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또 2MB는 임기내 복원 후 기념사진 찍겠다고 덤빌테고....

    2008/02/12 17:15 [ ADDR : EDIT/ DEL : REPLY ]
    • 책임소재 규명을 분명히 해야 발전이 있을텐데, 말씀하신대로 책임소재 규명이 그게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가리게 되는 정치권과 언론의 풍토가 이 답답함의 원인인 듯 합니다.

      2008/02/12 17:28 [ ADDR : EDIT/ DEL ]
  2. 책임론

    일단은 전서울시장의 개방후에 별도의 보안대책을 수립하지 않은것이 문제고
    또한 정부의 잘못된 예산지출도 문제입니다 뉴스에서 그러더군요 4명이서 전국의 문화재 안전관리를 책임진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실....큰 정부 큰정부 하지말고 필요없는 조직을 재교육시켜 이런곳에 투입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소방당국은 과실은 그리크지않아보입니다 저라도 망설이겠습니다 국보1호를 저거 잘못건드렸다 욕만 먹으면 어떻하지란 생각에 진압작전을 제대로 짜지 못했을것입니다.
    그러기에 문화재청의 화재시 매뉴얼이 필요했을것이고
    (예컨데 불나면 욕안할테니 우선 기왓장지붕제거하고 뿌려라라든지..)
    결국은 문화재청의 인력과 예산부족이.. 바꿔말하자면 정부의 실용성없는 지출이 문제인듯싶습니다.

    2008/02/12 17:23 [ ADDR : EDIT/ DEL : REPLY ]
    • 말씀이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필요없는' 조직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거네요. 경제와 효율성과 실용성을 따진다면 문화재관리청 역시 '필요없는' 조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죠.

      지금 문화재청은 총괄관리(기획)만 하고 실제관리(집행)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간가요? 지자체 입장에서는 열심히 할 동기부여가 잘 안 될 것 같은데요. 요즘처럼 경제 외적 요소들이 평가절하되는 마당에는 더욱더 그럴 거구요.

      2008/02/12 17:46 [ ADDR : EDIT/ DEL ]
  3. 그런 동기부여의 문제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인데;; 지금 부처 숫자에 연연할 게 아니라 일 안 하는 공무원들을 제대로 일하게 만들어야 할 때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공무원입니다^^;;

    2008/02/13 14:29 [ ADDR : EDIT/ DEL : REPLY ]
    •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하게 된다면 참 이상적일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구요... 적당히만 열심히 일하면 될 것 같아요.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생활을 하다 보면 위장전입도 하고 주가조작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웃기고도 너그러운 분들이 왜 특수한 조직인 국가공무원들에게마저 그렇게 엄격한 효율성을 까탈스럽게 요구하는지 저는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비효율'이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솔직히 저는 공무원이나 교수처럼 특수한 직역에게는 효율성의 잣대를 너무 지나치게 갖다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2008/02/13 15:11 [ ADDR : EDIT/ DEL ]
  4. 숭례문 관련 글은 짜증과 화만 나서 안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가슴이 좀 뚫리는 듯한 느낌이네요.

    2008/02/13 22:02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 오르길래 그냥 화풀이 삼아 쓴 글일 뿐이랍니다. 사실 별 내용은 없어요. -.-;;

      2008/02/14 00:08 [ ADDR : EDIT/ DEL ]
  5. 문화재에 문화재청이나 지자체 문화재 당국자들의 인식 자체가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서 지금 있는 문화재들이 위태롭게 느껴집니다. 이미 그 자리에 서 있는 문화재를 묻을 순 없고, 묻혀있는 문화재(매장문화재)만이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전직이 전직인 만큼 이나라가 경제 하나 살리자고 온통 파헤쳐질 것이 불보듯 뻔한데 구제발굴을 안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쉽지만은 않아보입니다. 일단 대운하 예정구간만이라도 뜻있는 고고학자분들이 자체적으로 지표조사같은걸 해서 나중에 공기 단축한다고 딴소리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03/20 18:32 [ ADDR : EDIT/ DEL : REPLY ]
    • 운하가 우리나라 역대 최대의 토목공사 중 하나일텐데, 당연히 차근차근 하냐 마냐 결정하고 만일 한다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텐데, 땅박씨의 정신연령 때문에 걱정이네요.
      그런데... 운하 파서 '경제'가 정말로 '살아난다'면 또 모르죠. 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경제도 문화재도 환경도 다 엉망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2008/03/21 22:30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