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횡설수설2008/02/19 16:18
난방비가 아까워 추운 방에서 중서부의 혹한기를 나던 시절,
꿈에 다람쥐가 나타나서 "솔잎을 먹으면 배도 부르고 맛있어. 너도 한 번 먹어봐"라길래
식비를 아낄 수 있을 것 같아 꿈 속에서 행복해 하던 시절,
그 시절에도 읽고 싶은 책들은 있었고 보고 싶은 비디오들은 있었다.

그래서 거의 매주 찾은 곳이 동네에 있던 조그만 시립 도서관.
그 곳에서 비디오를 매주 빌려다 보았고,
책도 빌려다 보았고,
지나간 책을 한권에 1~3불씩만 받고 처분할 때 열심히 발품팔아 책도 사다 보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적당히 먹고사는 지금도 그 꼼생이 버릇을 못 버리고 ^^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일단 도서관에서부터 빌려 보고
비디오도 일단 도서관에 있는 것들부터 보고 있다.
집이나 회사에서 차로 20분 거리 이내에 있는 시립 도서관들이 5개나 되고,
아직은 이 도서관에 있는 씨디, 비디오도 제대로 섭렵을 못 했다.

도서관에 가면 자원봉사 사서들이 좋은 책도 추천해 주고,
온갖 신문과 잡지들이 구비되어 있고,
공증 서비스(notary public)도 무료로 해 주고
세금정산을 무료로 도와주는 곳도 있다.
보고 싶은데 비치가 안 되어 있는 책이나 멀티미디어는 신청해 둘 수도 있고,
이 동네에는 미니시리즈 '모래시계' 디비디 전집도 여러 권 있고,
올인, 옥탑방 고양이, 다모 등 한국 드라마들 디비디도 구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내가 가끔 가는 산호세 시립 도서관 ( Martin Luther King Library ).
산호세 주립대 도서관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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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www.dsa.shwgroup.com/pages/sanjose.html
                                http://picasaweb.google.com/stockton2020/StocktonMix


우리 나라에도 이런 공공도서관들이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재정도 재정이려니와,
이런 도서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여해간 물품의 회수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텐데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도서들을 구비해 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 얼마 못 갈 것이 뻔하다.

형편에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필요한 책은 사서 보면 되기 때문에,
시민의식의 미성숙이나 복지마인드의 부족으로 인해 도서관을 확충할 수 없는 문제점의 피해는 결국
책 사볼만한 여유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비단 도서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 만사가 다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빈곤층은 오히려 시민의식의 성숙함을 방해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슈퍼기득권층에 투표하는, 구걸 행각의 정치패턴을 보이기 쉽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하다.

무지막지한 정글 자본주의 나라라 놀림받는 미국은
도서관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나라보다는 훨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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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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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서관 멋지네. 산호세 시립 도서관도 마틴 루터 킹 도서관이구만. 우리나라도 요새 지자체마다 도서관 짓는게 유행이긴한데, 문제는 컨텐츠 부족과 폐쇄적인 운영 방식인 듯. 수험 준비생들이 줄서서 자기 책 가져와 공부하는 독서실로 변화하는걸 막을 도리도 없고 말이지. --;;;

    2008/02/19 23:57 [ ADDR : EDIT/ DEL : REPLY ]
    • 산호세 시에서 산호세 주립대와 도서관을 공동으로 짓고 책, 예산, 시설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하나 봐. 정말 현명한 선택인 듯.

      우리나라에서 공공도서관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그것도 있었군. 만들어 봐야 공공독서실이 되어 버리고 만다는...

      2008/02/20 13:33 [ ADDR : EDIT/ DEL ]
  2. HLee

    부모님께서 대전 사셔서, 대전한밭도서관 웹싸이트에 방문한적이 있는데, 거기서 발견한 것이 e-book 대출이랍니다. 이동네 도서관에서도도 e-book대출이 가능한데, 장서양으로 봤을땐, 우리나라의 도서관도 꽤 괜찮았어요. 도서 분실, 시설 훼손을 걱정하지 않고,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에서, 전자 서적 대출은 공공도서관의 이용을 늘리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리적인 도서관이 공공 독서실이 되어도,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는 가치가 있겠죠!

    2008/02/20 14:38 [ ADDR : EDIT/ DEL : REPLY ]
    • 이북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 그 한밭도서관은 대전시민만 가입가능한 건가?

      2008/02/20 16:13 [ ADDR : EDIT/ DEL ]
    • HLee

      주소랑 주민등록번호랑 몇가지 더 물어봤던거로 기억해요. 우리나라 신원 보호 체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도 불안하긴 짝이 없지만) 우리말 책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그냥 가입했는데... 뭐, 아시겠죠..그후로 안봤다는거!

      2008/02/20 16:35 [ ADDR : EDIT/ DEL ]
  3. 산호세 도서관이 상당히 규모가 있네요. 저희 동네는 정말 동네 도서관 같은데...정말 미국의 공공도서관 시설 및 운영제도는 맘에 듭니다. 저는 아이들 책과 비디오 위주로 대출하는데 참 좋아요.
    한국의 도서관은 (대학도서관 포함) 고시생, 취업준비생들의 독서실화 되어버려 아쉽습니다.

    2008/02/20 14:44 [ ADDR : EDIT/ DEL : REPLY ]
    • 다른 도서관들은 다들 동네 도서관인데, 산호세는 도시 규모도 꽤 되고 대학도서관을 겸하는 형태라서 동네 도서관들보다는 규모가 좀 큽니다. 하지만, 대학도서관 치고는 큰 편은 아니구요.
      미국에서 공공도서관은 (그리고 서점들도) 참 좋은 것 같아요.

      2008/02/20 16:15 [ ADDR : EDIT/ DEL ]
  4. 울 나라 대도시 도서관은 이용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고.. 전에 처가 구례에 있을 때 구례 읍내에 있는 두 군립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건물들이 작고 아담하지만, 나름대로 볼만한 책들이 꽤 있었고, 사서들도 친절하고 책 빌리는데도 별 무리가 없었던 좋은 기억이 나네.. 특히 유치원생들이랑 초등학생들을 위한 작은 공간도 있어서 거기에서 애들이 함께 편하게 앉아서 그림책 보던 정겨운 풍경도 생각나고..

    작고 아담하지만, 삶과 밀접한 공공 서비스의 아름다운 모범으로 기억된다는...

    2008/02/21 03:14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한국을 살아본지가 이제 한참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네요. ^^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 한국이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작년초에 가 보니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하다가, 요새는 정말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그간 발전한 게 있긴 있었나 봅니다.

      2008/02/22 17:21 [ ADDR : EDIT/ DEL ]
  5. 닛부타

    아, 맞아요. 도서관. 제가 뉴질랜드에 있을때 몇 년간 정말 작은 촌동네(인구 삼천명-_-;)에서 살았는데, 그 작은 동네에도 도서관, 마을 문화회관(꽤 다양한 강좌와 행사들 수두룩) 심지어 세 군데의 박물관까지... 지금 사는 일산 도서관에 갔더니 거의 독서실 수준이라서 잠시 유유자적하려했던 바램은 허거걱이 되버렸지요.//잠깐 사족하나 붙이자면, 제가 살았던 그 촌동네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마을 바로 옆동네(차로 15분). 하지만 뉴질랜드 여행가면 호빗마을 관광코스는 절대로 가지마십쇼. 흠

    2008/02/22 03:59 [ ADDR : EDIT/ DEL : REPLY ]
    • 우어어... 삼천명 동네에 박물관 세군데라니...

      가끔씩 우리나라의 근본문제는 좁은 땅에 너무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유유자적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긴 하려는지 잘 모르겠어요.

      뉴질랜드 멋지다던데... 호빗마을은 세트가 아니라 정말 있는 거였나요?

      2008/02/22 17:24 [ ADDR : EDIT/ DEL ]
  6. 솔잎이 아니고 낙엽이야

    솔잎이 아니고 낙엽인데. 지난번에 느낀건에 일리노이 다람쥐들이 좀 더 순하고 맹하게 생긴거 같고 LA다람쥐들은 좀 싸가지 없는 거 같더라구. LA 다람쥐들은 어..린 쥐이처럼 생겼다지.

    2008/02/22 13:26 [ ADDR : EDIT/ DEL : REPLY ]
    • 솔잎은 먹을만한데 낙엽은 어떻게 먹냐?

      엉. LA다람쥐들은 어~린쥐(orange?)처럼 생겼고 하는 짓도 좀 MB(mouse baby)처럼 좀 싸가지가 없어 보이긴 하지. '시골쥐와 서울쥐'의 다람쥐 버젼인가?

      2008/02/22 17:27 [ ADDR : EDIT/ DEL ]
  7. 닛부타

    아, MB가 mouse baby의 약자였나요? 저는 Messed Bugger의 약자인줄 알았는데.ㅋㅋㅋ.
    그리고, 호빗마을은 Matamata라고 하는 뉴질랜드 소농장이 무쟈게 많은 동네에 있답니다. 물론 영화를 위해서 세트로 꾸미기는 했지만요. 입장료는 4~5만원 정돈데 볼거는 정말 없다는...

    2008/02/22 20:11 [ ADDR : EDIT/ DEL : REPLY ]
    •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입장료가 좀 비싸긴 하네요. 마을 이름이 '맞다맞다'... ㅋㅋㅋ.

      2008/02/25 18:56 [ ADDR : EDIT/ DEL ]
  8. 레이니베일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미XXX 와 X끼를 사랑하게 되서 역시 이상한 나라의 입주민이 되신 XX이가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X친XX와 X멍X는 늘 함께 합니다. 다른 한명을 언급하지 않고, 나머지 한명은 먹고 자고, 왜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배우고 발달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one's life cannot be defined without another's life) XX토X는 멍XX이의 부름에 의해 XXX끼가 되었고, XXX는 귀와 X리와 멋진 목걸이가 생겼습니다.

    2008/02/25 20:48 [ ADDR : EDIT/ DEL : REPLY ]
  9. 생일인가벼? 축하해! ㅋㅋㅋ

    2008/02/26 01:59 [ ADDR : EDIT/ DEL : REPLY ]
  10. 전에 어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하버드에 연구교수로 초빙되어 갔을 때 중국과 일본 교수들, 그리고 한국 교수들은 행동하는 걸로 구별이 된다는 그런.
    중국 교수들은 차이나 타운에서 투잡뛰고(;; ), 일본 교수들은 골프치느라 정신없고, 한국 교수들은..도서관에서 복사하느라 바쁘다는..- -
    미국의 문화가 천박하다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정말 부럽고 또 본받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요. 특히 도서관은 그저 기가 막힐 뿐이지요..ㅠㅠ

    2008/02/27 14:05 [ ADDR : EDIT/ DEL : REPLY ]
    • 한국교수들도 미국에 오면 골프 많이 치는 것 같은데... ^^

      미국에게서 본받을 게 여기저기 참 많은데, 그것들은 다 외면하고 의료보험이나 사립학교 같은 것들만 배우겠다고 깽판치고 있어서 답답할 뿐이죠.

      2008/02/28 17:19 [ ADDR : EDIT/ DEL ]
  11. 처음 뵙겠습니다 ^^
    저도 잠깐 미국 머물 때 거기 도서관이 제일 부러웠더랬어요- :)
    깔끔한 사진 잘 보고갑니다.

    2008/03/04 03:0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