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횡설수설2009/04/10 20:49

나는 워낙 소심해서 컴퓨터 파일 하나를 지워도 혹시 엉뚱한 파일을 지우는 것이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그래서인지 사형 집행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극도의 거부감이 든다.

이코노미스트에 국가별 총 사형집행 수와 국가별 1백만명당 사형집행 수 그래프가 실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사형집행을 안 해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이다.  

김대중 집권 후에 김대중이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친구가 불평하길래
사형 집행 한 건도 안 한 것만 해도 가치가 있다고 나는 대답했었던 기억이 난다.

공권력 확립이 역사적 정당성 없이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2MB 꼴통은
사형집행 재개 역시 공권력 확립과 법질서 수호의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강호순 사건을 핑계로 사형집행을 재개하고 세상 분위기를 좀 무섭게 몰아가 보려 하는 눈치인데,
사형이 살인범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
(우리는 사형집행의 재개를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전국 형사법교수 132명 일동 참고)
"흉악범들이 죄를 뉘우치기보다 공공연히 사형집행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 집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있다"라는 지적도 있다는데
(Welcome to Chetland :: 9년만의 사형 집행?… 논란 확산 )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사형 집행이 사형수들에게 오히려 더 선호되는 형벌이라는 이야기이니
사형의 범죄 억지력에 대한 반례처럼 이용될 수도 있겠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사형집행 재개 여론이 더 높다고 하는데,
검찰이나 경찰이나 그 태생과 조직과 업무와 인적구성상 그들은 그런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사형제처럼 사회적 가치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그들과 같은 기술관료들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그들의 이런 성향은 검찰의 문민통제가 필요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백번 양보해서 사형제의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2MB 같은 자가 법의 권위를 세운답시고 오버질하며 깝치는 한,
전두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떵떵거리며 사는 한,
박정희 시절 사법살인을 했던 검사들과 판사들의 공개적 반성과 진실규명이 없는 한,
이 나라에서 사형 집행 개시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형집행이야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있다.
하지만, 사형집행하는 동안 빼앗았던 목숨들을 돌이킬 수는 없다.


관련글:
2009/01/30 - 미국에도 과연 용산 참사같은 일이?
2009/01/23 - 선진국, 후진국, 독재국가
2007/07/25 - 무사히 잘 해결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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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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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의 사형집행  삭제

    2009/04/12 21:58TRACKBACK FROM 추유호's encyclopedia

    출처 http://www.economist.com/daily/chartgallery/displayStory.cfm?story_id=13350943 인구 백만명당 사형수 수는 이란이 최고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사형인원은 1,718명으로 중국이 독보적이다. 어제 발표된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2,390명의 사람이 작년에 사형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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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사형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중국이나 각종 후진국에서 너무나 많이 악용되고 있어서 확실히 사형제는 폐지 쪽이 맞지않나 싶습니다. 전 세계가 확실히 법치사회가 되면 또 생각이 바뀌겠습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특히 전대갈이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으니 명분이 서지 않죠. ㅋㅋ

    2009/04/12 21:57 [ ADDR : EDIT/ DEL : REPLY ]
    • 사형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재판받은 전대갈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 정의가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전대갈이 사형 당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사면 없이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벽에 X칠 할 때까지 보석이고 뭐고 없이 가둬 놓고 본보기를 보여 주었어야죠.

      2009/04/13 20:45 [ ADDR : EDIT/ DEL ]
  2. HLee

    법적인면, 인도적인면, 정치적인면, 제도적인면에서 사형제도를 어찌봐야하느지 모르겠고, 그냥 개인적인 감정으로 싫어하지만 - 그래도 가끔은 극악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끼긴 해요 - 사형제도를 어찌 볼 것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어요. The Life of David Gale. 제가 좋아하는 배우 둘 (윈슬렛과 린리)이 나와서 더 인상깊게 본 영화일 수도...

    2009/04/13 16:01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영화 한 번 봐야겠네. 나도 윈슬렛 아짐 좋아해... ㅎㅎㅎ

      2009/04/13 20:46 [ ADDR : EDIT/ DEL ]
  3. 저도 종신형이면 되지 무슨 사형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무엇보다 레베님 말씀대로 이미 사라진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죠.

    2009/04/17 01:14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생각에도 사면없는 종신형이 사형보다 더 괴로울 것 같은데요...

      2009/04/18 12:3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