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횡설수설2009/11/20 12:50

'루저' 발언으로 세상이 한동안 시끌시끌했는데, 이제 좀 잠잠해졌으니... 어차피 가십거리에 불과한 토픽이니, 감상 차원의 몇 마디...

그 과 교수하는 친구가 다른 용건으로 이메일을 날렸는데 그 이메일에 잠깐 언급했길래 궁금해서 유튜브로 그 방송부분을 봤다. 그 학생 아주 똘똘하더라. 핵심개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이 아주 날카롭더라는... 경영학도답게 '경쟁력' 관점에서 키라는 이슈에 접근해서 키작음->경쟁력부족->루저 라는 확고한 논리적 고리를 만들어 내더라는... 역쉬 경영학!

내게는 '루저'라는 단어 자체보다는 '경쟁력'이라는 관점이 참 참신했다. 사실 '루저'라는 단어는 '경쟁'이라는 것을 상정한다면 자연스러운 귀결로 나올 수 있는 단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그녀의 발언 중에서 '루저'보다는 '경쟁력'이 더 핵심단어다.

그 학생이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무슨 의미로 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략 두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첫번째는, 자신의 사랑, 또는 어떤 여성의 사랑을 얻는 것을 하나의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 두번째는, 자신의 남친이나 미래의 남편이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의 경쟁 속에서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 어떤 경우이건간에 세상 모든 일을 '경쟁'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이 거점이면서 미국에 자식을 공부시키려 보내는 사람들(예를 들어, 주재원이거나 기러기가족이거나 조기 유학생을 보내는 경우)과 현재 미국이 거점이면서 미래에도 계속 미국에 머물러 살 가능성도 열어 놓고 사는 사람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살 계획을 갖고 있거나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경우)은 자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좀 다른듯 하다. 전자의 경우 에는 미국 교육은 "경쟁력(특히 영어)을 높이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후자의 경우에는 "경쟁이 심한 한국교육이나 한국사회에서 벗어나 좀 덜 경쟁적인 생활의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 것 같고.

한국사회라고 하는 곳은 자기 좋을 대로 사는 걸 즐기면서 자기 만족하며 살기에 참 피곤한 사회다. 서울에 못살면 루져, 강남에 못 살면 루져, 집 없이 살면 루져, 전문직 아니면 루져, 철밥통 직장 없으면 루져, ... 승진 안하고 연구만 하면서 직장 다니고 싶다고 해도 허용이 안 되는 분위기. 자신은 생판 만나본 적도 없는 '엄마 친구 아들'과 허구헌날 비교당하는 아이들. 동네 슈퍼에 나갈 때도 남들 이목 의식하느라 꽃단장하고 나가야 하는 분위기. 자기가 나이나 직급이 높으면 바로 말 놓는 인간들. 그런 몰상식스러움을 적절히 잘 구사해야 '사회성, 친화력 좋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분위기. 거기다가, 김대중,노무현 시절에는 민간이 앞장서서 경쟁 경쟁 해 대더니, 쥐새끼가 활개치기 시작하니 민간,정부 할 것 없이 다들 약육강식, 생존경쟁, 약자지옥 강자천국을 외치고 다니니 참 가관이다. 어지간하면 서로서로 비교 좀 덜 하고 살았으면 좋겠고, 남 이목 좀 덜 살피고 살았으면 좋겠고, 좀 덜 짓밟고 좀 덜 짓밟히고 살았으면 좋겠다.


잡담 몇 가지 더...

사실 키작은 사람을 자기 이성친구로 싫어하는 거야 전국의 남성들이 입을 모아 씹을 일은 전혀 아니다. 자기 취향인데 어쩌란 말이냐. 어떤 사람들은 '하이힐 신고 싶어도 남친 키가 작아서 못 신는 건 정말 싫쟎아요."라고 얘기한 학생까지 씹던데, 그건 좀 오바다.

요새는 키크고 공부도 잘하는 '엄친아'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다닐때에는 (흐아, 참 오래전 얘기이긴 하다만... -.-;; ) 과학고 친구들이나 서울대 친구들은 대체로 키가 작은 편이었다는... 이 친구들이 '경쟁력'이 그리 부족할 것 같지는 않지만, '엄친아' 이성친구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에는 성이 차지 않으리라. ㅎㅎㅎ

그나저나 그 학생처럼 키가 170 이신 우리 어머니도 키가 엇비슷한 우리 아버지와 여태껏 잘 사셨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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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yv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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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방송을 따로 보지 않고 루저 논란에 대해서 얘기했었는데, 언급에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숨어있을지는 몰랐네요. '루저'에는 발끈하면서, 앞뒤 안 가리고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는 무감한 것이 한국인의 평균적 인식구조인 것 같네요.

    2009/11/24 04:54 [ ADDR : EDIT/ DEL : REPLY ]
    • 전국민에게 '경쟁은 귀하고 좋은 거시여...'라는 세뇌교육이 되어 있어서...

      2009/11/24 13:51 [ ADDR : EDIT/ DEL ]